[단편] 행복한 시간, 작가 : シャンク=サフィラ

원제(原題) : 幸せな時間
작가(作者) : シャンク=サフィラ(생크=사피라)
작가 웹사이트(作者のウェブサイト) : http://plaza.rakuten.co.jp/orikyarakyoku/
원작 링크(原作 リンク) : http://ncode.syosetu.com/n6052c/

개요(粗筋):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저녁, 새끼 고양이를 주웠다. 외톨이였던 나에게 새끼 고양이가 가르쳐준 진짜 행복. 어떤 모습일지라도 함께하는 친구들이 있어준다면 행복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쟝르(ジャンル): 판타지(ファンタジー)

번역(翻訳) : Yi J-p




행복한 시간


오늘은 눈이 내렸다. 12월이 되어 하루가 다르게 추워지는 날씨 탓에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추워. 이래서 겨울이 싫다고……."
나는 애초에 겨울을 좋아하지 않았다. 거리에서는 이 시기가 되면 크리스마스다 뭐다해서 소란스럽지만 나는 그런 일에는 흥미 생기지 않는다. 함께 보낼 친구도 없거니와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이 집에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렇다. 고독한 나…….
학교에는 무시당하고 집에는 아무도 없다. 이것도 괴롭힘의 일종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괴로움이었다. 처음에는……. 지금이야 뭐 몸이 익숙해져버렸지만. 고독도 싫게만 느껴지지는 않게 되었다. 그래도 마음 언저리에는 역시나 혼자 있기 싫다는 기분이 남아있는지 가끔은 고독함에 울음이 터질 때도 있긴 했다. 나는 집을 향해서 눈길을 걷는다. 혼자서…….
“야옹…… 야옹……”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렇게 날이 추운데 밖에서 뭐하는 걸까 싶어 고양이를 찾는다. 도로 외진 곳에서 종이박스 하나가 눈에 띄었다.
“설마……”
나는 눈이 쌓여 뚜껑이 닫혀버린 박스를 열었다. 박스 안에는 한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야옹…… 야옹”
고양이가 날 향해 야옹거리며 운다. 그 얼굴을 보자 내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너도 혼자구나……. 나랑 똑같네.”
나는 새끼 고양이의 턱을 쓰다듬었다. 고양이는 내가 한 말을 아는지 모르는지 내 손에 얼굴을 부비기 시작했다. 나는 간지러움에 손을 떼었다.
“야옹…… 야옹……”
새끼 고양이는 아쉬운 듯 나의 눈치를 보며 야옹거린다.
“가여워라.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일단 우리 집에 가자.”
“야옹”
새끼 고양이를 안아 올리자 고양이가 기쁜 듯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것을 본 나도 웃는다.
“좋아? 자, 가자.”
나는 고양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내 방으로 들어섰다. 침대위에 고양이를 올려준다.
“잠깐만 기다려.”
나는 냉장고에서 무언가 먹을 만한 것을 가져와서 고양이에게 먹여보기로 했다. 어육 소시지와 우유를 꺼내왔다. 얇은 접시에 우유를 따라준다.
“챱챱……. 할짝할짝…….”
새끼 고양이가 필사적으로 우유를 핥는 모습을 보며 나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귀여워.”
나는 혼잣말을 하곤 고양이가 우유를 다 먹을 때까지 계속 바라보았다. 평소 같으면 이렇게 웃을 수 있을 리가 없지만 고양이와 함께하는 오늘은 무척 즐거웠다.

곧 해가졌지만 부모님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기에 나는 저녁을 먹고 고양이와 놀고 있었다.
“야옹……. 갸르르 갸르르…….”
침대 위에서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자니 고양이가 목을 울리는 소리가 잘 들렸다. 계속 만지고 있지만 질리지 않는다. 오히려 이 새끼 고양이는 나에게 있어 첫 애완동물이었기에 그것이 기뻤던 지도 모른다. 밖에는 아직 눈이 그치지 않고 하얀 보풀 같이 날리고 있었다.
“으으~……추워……”
문뜩 추위를 느낀 나는 담요를 뒤집어썼다.
“우냐……”
“아, 미안.”
담요에 고양이가 말려들고 말았다. 나는 고양이를 들어내 담요 속으로 들여보내주었다. 따듯한 모양인지 고양이의 눈이 가물가물해졌다. 나는 고양이를 다시 한 번 쓰다듬으며 잠을 청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좀처럼 잠들 기색이 없이 담요 속에서 꼼틀대거나 내 몸을 올라타며 놀았다. 나는 간지러움에 몸을 움찔거렸지만 어느새 고양이도 졸음이 왔는지 색-색-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그 모습을 확인하고서야 나도 안심하고 잠이 들 수 있었다.

고양이를 데리고 온지 이주가 흘렀다. 고양이는 이제 완전히 건강해져서 잘 놀며 지내고 있었다. 잠이 깨어 거실에 가보니 한 장의 편지가 놓여있었다.
“또……”
나는 한숨을 쉬며 편지를 열었다. 어떤 내용이 쓰여 있을 것인가는 이미 상상의 범주 안이다.
“케이코에게. 엄마가 오늘부터 출장이야. 아빠는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늦을 거고. 저녁밥은 이걸로 맛있는 것 먹도록 하렴. 엄마가.”
편지 옆에는 천엔 한 장이 놓여있었다. 천엔이면 가격에 구애받을 일 없이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었지만 나에게 있어서 천엔 한 장의 의미는 외로움이었다. 태어나서 엄마의 손 요리를 먹은 것은 셀 수 있을 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 물론 아기였을 때에는 이유식 같은 것을 먹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다 해도 초등학교 이래로의 기억도 몇 번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간단한 요리밖에는 먹어본 기억이 없다. 부모님도 보통은 외식뿐이다.
“하~아”
나는 다시 한 번 크게 한숨을 쉰다. 이렇게 밖에는 할 수 없는 현실에 질력이 난다. 걱정이 된 모양인지 고양이가 거실로 들어온다.
“야옹……”
아침 인사라도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느낀 나는 안녕? 하고 인사하곤 고양이에게 우유를 따라주었다. 변함없이 필사적으로 핥는다. 나는 고양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직까지 이름도 정해주지 못했네. 어쩌지……?”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양이의 이름이라고 해서 함부로 짓고 싶지는 않았다. “타마” 같은 이름은 논외다. 고양이에게 어울리는 이름이 좋겠지만 한 가지 문제가 떠올랐다.
“이 얘 수컷인지 암컷인지를 모르겠어……”
한 번도 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없는 나는 암수의 구별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오늘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근처의 동물 애호가 언니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나는 고양이를 안고 집을 나섰다. 바로 건너편 아랫집의 벨을 누른다.
“누~구세요”
인터폰에서 음성이 들렸다.
“케이코에요.”
“케이코구나. 지금 문 열어줄게.”
곧이어 문이 열리고 안에서 젊은 여자가 나왔다.
“들어와.”
“실례할게요.”
이 사람이 동물 애호가인 쿠가 요시코 언니. 예전에는 수의사를 목표로 공부했던 것 같지만 어느 새인지 인문계가 되어 지금은 중학교 선생님을 하고 있다. 그래도 학생 시절의 가졌던 동물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은 듯 집에는 동물에 관한 많은 자료와 동물들이 있었다. 처음 이 방을 방문 했을 때에는 놀랐었다. 무엇보다 집 안에 뱀이 있었고 개가 열 마리는 되어 보이는 데다 새는 셀 수 없을 만큼 있었기 때문에……. 말해보자면 끝이 없을 정도였다. 지금에야 그 숫자가 좀 줄어들어서 나도 동물들을 만질 만한 분위기가 되었다.
“차 마실 거지?”
“아, 네.”
나는 쿠가 언니의 방에 안내받아 바닥에 앉았다. 이 방에는 동물에 관련된 자료와 함께 이 집의 주인이 있었다. 방구석에서 한 마리의 동물이 나왔다.
“아, 크로스플래시. 잘 지냈어?”
처음에는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던 녀석이지만 이제는 익숙해져버렸다. 크로스플래시도 나를 기억하는듯 곁으로 다가왔다. 크로스플래시는 쿠가 언니가 키우고 있는 뱀이다. 신장은 2미터 정도로 좀 크다. 크로스플래시는 내 쪽으로 한 번 목을 늘리더니 곧 침대 아래로 들어가 버렸다. 침대아래가 이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곳인 듯하다.
“기다렸지.”
쿠가 언니가 방으로 들어왔다. 쿠가 언니는 크로스플래쉬가 침대 아래에 있는 걸 확인하고는 내게 차를 건넸다. 받은 차를 한 모금 맛보았다.
“오늘은 어쩐 일이야?”
“아, 그게 이 고양이 때문에.”
나는 코트를 벗고 고양이를 보인다. 쿠가 언니의 눈동자가 반짝거린다.
“어머, 새끼 고양이잖아. 흰색에 검은 줄무늬……. 잡종이지만 털 모양도 예쁘고. 응. 흠잡을 데 없는걸.”
나로서는 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런 흐름은 종종 있었기에 신경 쓰지 않고 물었다.
“그런데 이 고양이가 수컷인지 암컷인지를 몰라서요.”
“아, 그랬구나. 어디보자?”
나는 쿠가 언니에게 고양이를 건넸다. 쿠가 언니는 고양이를 살펴보더니 말했다.
“얘는 수컷이야.”
“수컷이에요?”
수컷이라는 말에 이름을 생각 중이었던 나는 다행스러웠다. 암컷의 이름보다는 수컷의 이름 쪽이 많이 떠올랐었기 때문이다.
“이름은 정했니?”
“그것 때문에 수컷인지 암컷인지 물으러왔어요.”
“그렇구나. 그럼 지금 정해졌어?”
“네. 잭이라고 하려고요.”
쿠가 언니가 조금 쓴웃음을 지은 것처럼 보였다.
“잭이라……. 나쁘진 않은데. 주인이 아닌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래 그럼 소중하게 키우도록 해.”
“네.”
쿠가 언니의 표정이 조금 굳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 것은 내 착각이었을까. 나는 고양이를 안고 이름을 불러보았다.
“잭”
“냐옹-”
이름을 들은 고양이가 대답하듯 울었다. 아무래도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나는 웃으며 쿠가 언니에게 인사하고 집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온 나는 책을 찾았다. 찾던 책을 잡고 의자에 앉아 페이지를 넘긴다. 금세 책 속의 세계로 빠져든다. 내가 읽고 있는 작품은 무척 재밌는 판타지. 물론 외국 작품이다. 계속 읽고 있자니 잭이 내 무릎위로 올라왔다.
“야옹-”
응석부리는 것처럼 보였다.
“왜? 놀아줘?”
“야옹-”
잭은 문을 향해 걸어간다.
“어디 가는 거야?”
잭이 그대로 문 밖으로 나간지라 나는 뒤를 쫒았다. 잭이 현관문을 긁어대고 있었기에 문을 열어주었다. 밖으로 나선 잭은 때때로 내가 있는 것을 확인하듯이 뒤를 돌아보며 걷기 시작했다.
“야, 어디까지 가는 거야?”
따라가 보았지만 잭은 멈추지 않고 골목길로 들어갔다.
평소에도 별로 지나본 적이 없는 좁은 골목길 사이를 잭을 따라 빠져나간다.
“어디까지 갈 거야? ……너무, 좁잖아……. 아우…….”
또래 아이들보다는 작은 나였지만 그래도 지나기 힘든 곳을 계속 걸었다. 이미 골목 정도가 아니고 건물 틈새를 지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금만 더 가면 돼.”
“응? 누구?”
순간 누군가의 음성이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뭔가 미심쩍었다. 이윽고 좁을 길을 벗어나 조금 넓은 곳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런 곳이 있었구나…….”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폐 빌딩으로 둘러싸인 콘크리트 공터였다. 왜 여기만 빌딩이 안 섰는지 의문스러웠다. 시선을 돌리자 잭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잭? 어디 갔니?”
주변을 둘러보아도 잭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지쳐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디에 간 거야……”
그만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아무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다시 일어섰다. 그 순간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야. 케이코.”
“누, 누구?”
아까 들은 목소리와 같은 목소리. 아까보다 더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네가 서있는 곳에서 세 걸음 걸어와 봐.”
“응? ……세 걸음.”
누구의 목소리인지 궁금했지만, 어쨌든 세 걸음 앞으로 걷는다.
“그래. 뒤로 돌아볼래?”
아까부터 멀리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왔다. 나는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엔 잭이 있었다. 나는 놀랐다.
“……앗? 잭 너였어?”
“응, 놀라게 해서 미안.”
나는 기겁했다. 방금 전까지 평범한 고양이였던 잭이 지금은 두 발로 서서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나는 상대가 잭이어서 조금은 안심했지만, 어쨌든 있을 수 없는 일이 눈앞에서 일어난 것을 깨닫고는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았다.
“이, 이건…… 꿈인 거지? 잭……”
내가 머리를 감싸고 묻자 잭은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으응, 꿈이 아니야. 가능하면 빨리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여간 기회가 오지 않아서…… 더군다나 어느 정도 신용이 있어야 믿어주지 않겠어? 지금도 못 믿고 있는 것 같은데. 뭐, 그게 정상이지만 말이야.”
잭은 고개를 긁적이며 내게 말했다.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말도 안 된다. 이런 일이 있다니. 나의 사고회로는 엉망진창으로 꼬여버렸다. 이런 일이 있을 리가 없다. 그래, 이건 꿈일 거라고 혼잣말을 하며 볼을 꼬집었다.
“아파……”
나는 혹시 요즘에는 꿈에서도 아픔을 느끼는 게 아닐까하고 그 자리에 누워 몸을 좌우로 굴려보았다. 그렇게 하다보면 침대에서 떨어져서 잠에서 깨는 게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이봐, 케이코.”
잭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움직임을 멈췄다. 몸을 일으켜 잭에게 물었다.
“역시 꿈이 아니야?”
“응. 꿈이 아니야.”
나와 잭 사이에 침묵이 흐른다. 역시 이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무리였다. 딱 하나 눈앞에 있는 것이 잭이라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잭이 두발로 서서 내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라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번번이 깨어졌다. 꿈이 아니다. 잭이 이렇게 나를 향해 말을 걸고 있는 이것이 현실인 것이다. 몇 번이고 자신에게 꿈이 아니라고 되새긴다. 이제, 이건 꿈이 아니야. 그렇게 여기고 현실로서 받아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꿈이 아니구나. 우선 그건 납득했지만. ……어떻게 말 할 수 있는 거야?”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잭에게 물었다.
“응, 그거 말인데…… 믿고 안 믿고는 예외로 하자. 내가 이렇게 있는 건, 특별한 일이 아니거든.”
“응?”
“다른 애완동물들도 그래. 대개는 개나 고양이지만. 최근에는 여러 애완동물들이 이렇게 말하는 게 가능해. 왜, 말하는 앵무새 같은 것 있잖아. 그것도 이런 셈이야.”
잭은 때때로 머리를 긁적이며 나에게 말했다. 잭은 계속해서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사람을 놀래게 해서는 안 되니까 이런 모습을 보일 경우는 거의 없어. 들키면 대사건이니까.”
잭은 담담히 설명했다. 나는 그 장본인인 잭이 말하고 있기에 그게 정말일거라고 스스로에게 이해시키고 있었다.
“그럼 왜 그 모습을 나한테 보여주는 거야?”
나는 가장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잭은 조금 미소 지었다.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추운 겨울날 버려진 나를 구해주었잖아. 그 감사를 하고 싶었어.”
나도 잭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미소를 지었다. 나로서도 기뻤다.
“그랬구나. 고마워, 잭.”
나는 잭을 안았다. 두발로 서있고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빼면 평소의 잭과 다름없다. 키도 지금까지와 전혀 변함없다. 두말할 것 없이 잭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야아, 힘들어……”
“아, 미안.”
잭을 꼭 끌어안고 있던 지라 잭이 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당황해서 잭을 놓았다.
“그런데 왜 여기로 데리고 온 거야? 우리 집에는 거의 부모님이 없잖아. 나 말고는 아무도 없으니까 집에서 이 모습이 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잭에게 물었다. 잭은 조금 고개를 떨어뜨렸다.
“응…… 처음에는 그러려고 했었어. 그걸로 끝내려고 했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무슨 말이야?”
나는 처음 보는 잭의 표정에서 불안함을 느꼈다.
“……”
잭은 땅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커지는 불안감을 견디지 못한 나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흑……무슨 일이 있는 거야……”
나는 울먹이며 잭에게 물었다.
“……케이코……네가 울고 있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이제 말할 테니까, 울지 말아줘.”
나는 그 말에 눈물을 참고서 잭에게 시선을 향했다. 잭은 이제까지보다 어두운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이런 일이 되어버릴 줄이야. 나도 아직 믿어지지가 않아. 너를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는데……”
“잭, 부탁이니까 확실히 말해줘.”
나는 조금 큰 소리로 말했다.
“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일이 있어.”
“부탁……”
나는 힘이 쭉 빠졌다. 부탁쯤이야 어떻겠냐는 가벼운 생각이 든 것이다.
“뭘 부탁하고 싶은 거야?”
“케이코, 부탁하고 싶은 건…… 내 파트너로서 싸워줬으면 해”
나는 어리둥절했다.
“파트너…… 싸운다니…… 무슨 말이야?”
잭은 계속해서 말했다.
“지금 내 고향의…… 알기 쉽게 말하면 고양이들의 세계라고 해둘게. 그 세계가…… 사람 쪽에서 보자면 개에게 침범 당하려 하고 있어. 그들의 목적은 단지 영토의 확장일 뿐…… 하지만 녀석들은 어떤 상대에게도 용서가 없어. 하다못해 아이들마저도 죽일 녀석들이야…… 녀석들의 흑막에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개들을 지휘하고 있는 거야. 그러니 우리 세계에 사는 고양이들도 인간의 힘을 원하게 되었어…… 두서없이 말했지만……. 모두 진실이야.”
더 이상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내가 이해한 것은 개가 고양이의 세계를 침략해서 전쟁을 일으켰다는 것. 그 개의 배후에는 인간이 있다는 것. 그러니 나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 그 세 가지뿐이었다. 잭의 진지한 눈빛을 보자니 적어도 거짓말 같지는 않아보였다.
“……좋아.”
“응?”
나의 대답을 예상하지 못한 듯 잭은 놀랐다.
“잭의 고향이 큰일이라는데 도울 수 있다면 돕는 게 당연하잖아. 우리 친구 맞지? 아닌 거야?”
잭은 고개를 흔들고는 나의 손을 쥐었다.
“고마워…… 정말로 고마워…… 하지만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당부할게. 위험한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걸 각오해줘. 그래도 좋다면 정말 잘 부탁할게.”
나는 한 순간 망설였지만 그래도 결심은 변하지 않았다. 나는 수긍했다.
“고마워.”
잭이 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잭의 고향은 어떻게 가야해?”
“응, 눈을 감아봐.”
나는 이마에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잭의 손바닥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 수 있었다. 잭의 손이 이마를 누른다.
“빛과 바람…… 우리를 인도해 주소서”
잭의 말이 떨어진 순간 주변에서 강한 바람이 일어났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떴다.
“케이코, 눈을 감고 있는 게 좋아. 바람이 강하니까 눈이 아플 거야.”
잭이 말에 따라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이윽고 눈을 감고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한 빛이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어느 틈엔가 의식을 잃고 말았다.

나는 얼굴에 무언가 닿는 감촉에 눈을 떴다. 잭이 나의 이마에 손을 얹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
“아, 응……”
나는 몸을 세워 잭을 보았다. 잭은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나는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다. 잭과 나란히 일어섰다.
“……잭, 키 컸어?”
잭은 나를 향해 돌아섰다.
“아니. 네가 작아진 거야. 나랑 비슷해진 모양이네.”
그랬다. 내 키가 줄었든 것이다. 잭과 비슷할 정도가 되어버린 자신을 보고, 잭의 키가 커진 게 아닐까했지만 내가 줄어든 모양이었다. 나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잭의 고향이야?”
“……그래. 아무것도 없는 곳이지만.”
우리는 초원으로 둘러싸인 언덕 위에 있었다. 드문드문 숲 같은 곳도 보였다 언덕 아래로 마을 같은 곳에 몇 개인가 건물도 눈에 띈다. 하늘을 바라보니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지금은 조용하지만, 녀석들이 오면…… 어찌될는지……”
잭이 말했다.
“……괜찮을 거야. 내가 도와줄게.”
“그래. 그렇게 말해주니 든든한걸.”
잭이 조금 미소 지었다.
“저기, 잭. 이 세계에 대해서 좀 자세히 알고 싶은데.”
나는 잭에게 물었다.
“그래. 이 세계에 대해서 알고 있는 편이 좋겠지. 일단 앉아서 얘기하자.”
우리는 초원 위에 앉았다. 나는 꽤 기분이 좋았기에 뒹굴어보았다. 잭이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 말했지만 이곳은 고양이가 사는 세계야…… 저기 좀 볼래?”
잭은 멀리 숲 쪽을 손으로 가리켰다.
“저 숲의 너머에는 개들이 살고 있는 세계…… 견계라고 부르는 개들의 세계가 있어. 그러니 저 숲에서 개들이 쳐들어오는 것은 확실한 일이야. 다시 이쪽 세계 얘기로 넘어와서 우리 세계에는 왕이 있어 개들의 세계에도 있고. 그 견계의 왕이 전쟁을 일으키려하고 있는 거야. 우리 쪽에도 싸움을 위한 부대는 있었기 때문에 우리들 만이었다면 서로 호각이었지. 그래서 그들은 인간의 힘을 빌린 거야. 인간에게 있는 신비한 힘으로 녀석들의 부대도 강해졌고 우리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그래서 케이코 너에게 힘을 빌리고자 한 거야.”
나는 몸을 일으켰다.
“그렇구나…… 슬프지만…… 질 수도 없는 것이니까……”
잭은 일어섰다.
“일단 지금은 평온해보이니까 우리 집으로 가자.”
“아. 응.”
나는 일어서 잭과 함께 언덕을 내려왔다. 언덕을 내려올 때에 스치는 바람이 기분 좋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산기슭에 도착했다.
“잠깐 기다려줘.”
“응.”
잭은 그렇게 말하곤 한 집으로 들어갔다.
“뭘까……”
10분 정도 후에 잭이 돌아왔다.
“늦어서 미안. 그럼 들어와.”
나는 잭의 뒤를 따랐다.
“어? 저기가 아니야?”
방금 전 잭이 들어갔단 곳을 지나친다.
“응. 여긴 아니야.”
“그래.”
나는 조금 신경이 쓰였지만, 이곳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니 섣부른 행동은 참고 잭을 따라갔다. 그렇게 10여분을 걷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야.”
그 집은 나에게는 커다란 개집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입구가 하나 있고 특별한 점도 없다. 집 안으로 들어섰다.
“집 깨끗하다.”
“그래?
“응.”
잭의 집은 무척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 적어도 내 방보다는 깨끗한 집이었다. 나는 잭이 권한 의자에 앉았다. 잭도 따라 앉는다.
“싸움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여유롭게 쉬어두는 게 좋을 거야. 당장 싸워야 할 일은 없으리라 생각해.”
잭의 말에는 큰 확신은 없어 보였다. 그 말을 듣고 나니 조금 불안해졌지만 이제 와서 돌아가겠다는 말을 할 수는 없었기에 한층 더 힘을 내어보기로 했다. 문뜩 밖을 보자 눈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이 세계에도 눈은 내리는구나.”
“마침 겨울이거든. 난 눈이 좋아. 예쁘지.”
“그래.”
그런 포근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자니 해가 저물고 잠자리를 펴기로 했다.
“미안. 이 세계에는 인간들의 세계에서 쓰는 것들이 없으니까, 이대로 마루에서 자야해.”
잭이 미안한 듯 말했다.
“아니, 괜찮아.”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대로 마루에 누워 잠을 청했지만 역시나 바로 적응하기는 힘들어서 몇 번이고 뒤척거렸다. 그 때마다 잭은 미안해했지만 결국 익숙해져 잠이 들었다.

다음 날, 밤새 내리던 눈이 쌓여있었다. 나는 아이처럼 들떠버렸다.
“눈이 쌓였잖아. 우와~”
내가 사는 곳에서도 눈은 내리지만 쌓일 정도로 내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그래서인지 눈이 쌓인 광경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케이코, 너무 멀리가면 안 돼.”
“알겠어.”
밖으로 나와 당부한 잭은 추웠는지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고양이는 고타츠 속에서 웅크리는 걸 제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어.”
나는 살짝 웃었다. 집에서 15미터 정도 되는 곳에서 놀던 내가 슬슬 느껴지는 추위에 집으로 돌아가려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순간 바람 속에서 한 마리의 개가 나타났다. 잭처럼 두 발로 서있었다. 어느 새인가 주변은 바람에 휩싸여 움직일 수도 없었다.
“케이코님이시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같이 가주셔야겠습니다.”
“뭐? ……기다려! 잭!”
나는 위기감에 잭을 불렀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강풍 탓인지 소리는 밖으로 퍼지지 않는 듯 했다.
“밖에서는 전혀 들을 수 없습니다. 함께 가시죠.”
“그, 그만둬…….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을 상처 입힐 생각은 없으니까. 그럼 갑니다.”
그 개가 말하자 바람이 감싸오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주변에 다시 정적이 찾아온다. 바람에 눈치 챈 잭이 밖으로 달려 나왔지만 이미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잭은 그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케이코…… 제길! 견족의 짓인가!”
잭이 땅을 쳤다. 방금 전의 바람으로 눈은 전부 사라져있었다. 잭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분함을 견딜 수 없었다. 몇 분이 지나도록 정적이 주변을 채웠다. 이 주변에 있는 다른 고양이족의 짓일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잭은 다른 녀석들도 끌려간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갑작스런 고독감이 엄습했다.
“갈 수 밖에는 없나.”
그렇게 말한 잭은 견족이 사는 숲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렴풋한 차가운 감각 속에 눈을 뜬 나는 서늘함에 몸을 떨었다.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본다.
“여긴……”
나는 넓은 방안에 있었다. 방에는 예쁜 관엽 식물과 책상 걸상이 하나씩 있을 뿐인 깔끔한 방이었다. 방에 있는 커다란 창문에서는 바람이 시원스레 들어오고 있다.
“정신이 드신 것 같군요.”
방문 쪽에서 소리가 들려와 나는 시선을 돌려 문을 향했다. 그곳에는 아까 나를 데려온 개가 있었다. 개는 늠름한 태도로 서 있었다.
“아…… 그만……”
나는 이전의 공포가 되살아나 뒷걸음질 쳤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아무 짓도 하지 않으니.”
개는 그렇게 말하곤 방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개가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거…… 내거…….”
나는 떨리는 손으로 개가 들고 있는 코트와 머플러를 가리켰다.
“네. 아래 녀석들에게 시켜 당신이 사는 집에서 가져오도록 했습니다. 이 세계는 춥기 때문에 이걸 입도록 하시죠.”
개는 나의 곁으로 와서 코트와 머플러를 건넸다. 나는 그것을 받아 입었다. 온기가 느껴져 말갛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당신의 웃는 얼굴은 멋지군요.”
개는 나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얼굴에 열이 올랐다.
“그…… 그런 말해도 곤란한데.”
나는 시선을 피했다. 개는 조금 웃음 지었다.
“죄송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말을 해버렸군요…… 소개가 늦었습니다만 저는 죤 필드라고 합니다. 죤이라고 불러주시죠. 당신은 미즈노 케이코 씨라고 부르면 되겠지요?”
나는 작게 끄덕였다.
“그럼 다시 찾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죤=필드는 방에서 나가려했다.
“기다려요.”
나는 소리쳤다. 죤=필드가 뒤돌아본다.
“무슨 일입니까?
“저, 죤씨. 왜 나를 여기에 데리고 온 건가요? 이유를 알려주세요.”
나는 초조함으로 가득해져 죤에게 물었다.
“그것 말입니까? ……간단히 말하자면……우리에게 있어서 당신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설마 그건……”
짐작되는 바는 있었다. 그 사실을 떠올리자 낙담했다.
“이미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당신이 기르던 고양이…… 그가 당신을 이 세계로 데려온 것이라면……”
죤은 말끝을 흐리며 이야기했다. 절대로 알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당신을 위험에 빠뜨릴 생각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협력해주기를 바랄 뿐이죠.”
죤은 나를 달래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적어도 나는 개에게 있어서 나쁜 인상은 아닌 모양이다.
“머지않아서 그 고양이도 이쪽으로 오겠죠. 그 때까지는 결단해두시기 바랍니다. ……그 고양이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다면 알고계시겠지만 우리들은…… 견족이라고 해두죠. 견족에게는 인간이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말해둡니다만 당신과 비슷한 연령의 여성입니다…… 저도 이런 우연이 발생 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만. 그 분과도 나중에 만나주셔야 하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찾아오도록 하지요.”
죤은 그렇게 말하곤 방을 뒤로 했다. 넓은 방에 혼자 남았다는 사실이 쓸쓸함을 느끼게 했다.
“잭…….”
나는 잭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무의식적이었지만 문뜩 입에서 나온 말은 그랬다. 나는 누웠다. 천장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된 걸까……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이제는 어느 편을 들어야 하는 것일지 알 수 없었다.
잭이 했던 말이 사실이라면 잭의 편에 서주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만 죤이 악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일단 떠오르는 것은 여기에서 잭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이었기에, 나는 조용히 이 자리를 지키기로 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 방에는 시계가 없었기에 불안해졌다. 잭이 올 것 같은 느낌은 거의 들지 않는다. 잭이 온다면 죤과 견족들의 대응은 어떨는지 신경이 쓰였다. 아마도… … 그런 생각 밖에는 들지 않는다. 지금 상황으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죤의 목소리가 들렸다.
“케이코님. 들어가도 괜찮습니까?
“괜찮아요.”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죤은 한 명의 여자와 함께였다.
“아까 말했던 사람을 데리고 왔습니다. 그럼 케이코님, 아스미님 실례하겠습니다.”
죤은 서두르듯 방에서 나갔다. 여자가 내게 다가왔다. 바로 곁까지 와서야 누구인지 깨달았다.
“너……”
나는 놀랐다. 그것은 그 여자…… 정확히 말하자면 그 여자아이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자아이도 날 알아보았다.
“케이코?”
나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였구나.”
“저기 어째서 마키가 여기 있는 거야? 지난달 말부터 학교 쉬었었잖아…… 설마……”
그녀는 나의 반 친구로 유일하게 내 편을 들어주던 사람이었다. 지난달 말부터 학교에 오지 않아 나에 대한 괴롭힘이 심해졌었다. 마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끌려와서…….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이렇게 되어 있었어. ……아무래도 개가 고양이의 세계를 침범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거기에 인간의 힘이 필요하다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
마키는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마키에게 물었다.
“마키는 견족의 편이 된 거야?”
마키는 조금 간격을 두고 대답했다.
“아마도……”
들릴 듯 말 듯한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난 아까 너하고 같이 있었던 개한테 끌려서 여기에 왔는데…… 나를 이 세계에 데려온 건 고양이였어.”
마키는 나의 얼굴을 보았다.
“그렇다는 건…… 그 개에게 유괴 당했다는 거야?”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
나와 마키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나는 마키마저 같은 상황에서 끌려왔다는 사실을 알고는 더욱 더 불안에 휩싸였다. 우리는 일단 그 자리에 앉았다. 의문만이 더욱 쌓여가고 있었다. 아마도 견족은 두 명의 이간의 힘을 사용해 확실하게 고양이족의 세계를 침략하려는 것이라 여겨졌다. 지금은 그렇게 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나는 잭이 걱정되어 견딜 수가 없었다. 견족 녀석들에게 당하지 않기를 기도했다.
“어쩌면…… 우리도 싸우게 되는 걸까……”
마키가 말했다. 나는 눈을 돌려 마키를 보았다. 마키는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마키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그런 마키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다. 마키는 견족에 편에 서게 된듯하니 내가 고양이족의 편에 선다면 필연적으로 싸우게 될 것이다. 나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였다. 나는 마키가 말 한 것처럼 견족에게 납치되었다. 이 세계로 데리고 온 것은 잭이었고 협력을 부탁받았다. 우리가 싸워야만 한다니…… 어쩐지 그런 느낌으로 잭은 말했었지만, 정말로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었던 것이다. 지금에 와서 냉정하게 생각해, 인간의 힘이 그들에게 있어서 커다란 힘이 된다면 견족이 더욱 인간의 힘을 원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만약에 그렇게 된다 해도 우리는 친구잖아.”
나는 마키를 바라보며 말했다. 마키도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했다. 우리는 조금 웃었다. 나의 마음도 조금은 가벼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때 밖에서 외침 소리가 들렸다. 놀란 우리가 창밖으로 밖을 내려다보자, 그곳에는 개 네 마리와 잭이 있었다.
“잭!”
나는 잭을 향해 소리쳤다. 잭은 눈치 챈 듯 한순간 이쪽을 바라보았지만 여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개들의 손에는 검이 들려 있었고, 잭도 검을 들고 있었다.
“금방 갈게!”
잭은 나를 향해 소리치고는 검을 들었다. 상대도 그에 맞춰 검을 들었다. 그 찰나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리고 금세 고요해졌다. 잭은 이 성의 입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상대 개들은 그 자리에 쓰러졌다.
“굉장해……”
나는 잭의 날렵함에 놀랐다. 눈으로 행동을 쫒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위기감도 느꼈다. 이제부터 무언가 시작 될 것이라는 공포감이 들었다. 방의 입구 쪽에서 음성이 들렸다.
“케이코님. 고양이가 왔습니다만 이쪽으로 데려와도 되겠습니까? 당신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우리는 손을 쓰지 않겠습니다.”
죤이었다. 처음과 다르지 않은 정중한 어조. 나는 가볍게 수긍했다.
“그럼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방을 뒤로한 죤은 금세 잭을 데리고 나타났다. 잭은 꽤나 화가나보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녀가 당신을 이곳으로 데려오라고 했습니다. 괜찮겠죠. 그녀의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겁니다.”
죤은 잭을 염두에도 두지 않는 듯 냉정한 말로 대답했다.
“케이코, 괜찮은 거야?”
“……괜찮아.”
걱정스레 묻는 잭을 불안하게 만들지 않도록 대답했다.
“케이코님 슬슬 결정하도록 하시죠.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죤이 내게 물었다. 잭은 무은 소리인지 모르는 모르겠다는 듯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라며 나에게 물어왔다. 나는 사정을 설명했다.
“그런 건가…… 비겁한 짓도 할 수 있게 됐구나.”
잭은 죤을 향해 말했다. 죤은 변함없이 냉정했다.
“당신이 정할 일이 아닙니다. 케이코님의 판단이 우선입니다.”
잭은 입을 다물었다. 나는 대답을 망설이고 있었다. 잭을 돕고 싶었지만, 마키와 죤과 싸워야만 한다고 생각하니……. 잘 알 수 없는 감정이 솟는 것이었다.
“저기……”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안 되는 거야?”
나의 말이 나오기 전에 먼저 마키가 물었다. 죤은 냉정했다.
“그건 무리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들 개는 고양이에 대해, 고양이는 개에 대해 적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닙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나는 잭에게 물었다.
“저기 잭은 어떻게 생각해? 역시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잭은 조금 망설이고 있던 나를 향해 말했다.
“나는…… 싸울 거야.”
나는 그렇게 그들의 대답에 납득하는 수밖에는 없었다. 나에겐 잭의 의견을 바꿀 권한이 없다. 그것이 잭의 마음이라고 솔직히 받아들였다. 나는 나의 대답을 내놓았다.
“나는 잭과 함께 싸우겠어.”
잭은 내게 고맙다는 말을 했다. 죤은 여전히 표정하나 바꾸지 않았고, 마키는 낙심한 듯한 표정이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강경책을 써야겠군요.”
죤은 그렇게 말하고 우둑하고 주먹을 쥐었다.
“에……”
그 순간 납치될 때와 같은 강풍이 불었다. 나는 또 다시 어딘가로 끌려갈 것이라 생각했다.
“잭!”
나는 외쳤다.
“케이코! ……이 자식이!”
잭의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리도 죤을 공격하고 있는 듯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별수 없군요. 싸움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만……”
죤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 후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둘의 싸움이 시작된 것을 알았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에는 내 의식은 멀어지고 있었다.

나는 철책으로 둘러싸인 방…… 감옥에 있었다. 방금 전의 바람에 옮겨온 것이겠지. 아까 있었던 방과는 다르게 축축하고 추웠다. 나는 코트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은 추위를 덜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춥다고 느낄 정도로 싸늘했다. 나는 여기에서 나가는 것은 무리라고 느꼈다. 감옥의 철책은 유연한 고양이라도 통과할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그에비해 내부의 폭은 충분히 있어서 좁게 느껴지진 않았다.
“잭……”
나는 잭이 걱정되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니 불안함과 혐오감을 동시에 느꼈다. 이제 이런 경험은 싫다고 생각해보았자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감정을 누를 수가 없었다.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 싸움에 말려든 나도 마키도……. 마키는 아마 그 방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히 둘의 싸움을 사이에 있을 터였다. 언제 말려들지 알 수 없었지만 나에게는 할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다……. 나는 자기혐오에 빠졌다. 나는 그 자리에 그저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감옥 속에서 고독감을 느껴졌다. 인간계에 있었을 때의 나처럼……. 단지 외로움을 느낄 뿐이었다.

그 순간 이 상황을 타파하는 소리가 울렸다. 나를 부르는 목소리.
“케이코! ……어디에 있는 거야?”
잭의 목소리였다. 나는 좁은 철책 사이로 밖을 보았다. 거기엔 잭의 모습이 있었다. 잭의 몸에는 피가 묻어있었다.
“잭! 여기야!”
나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잭이 눈치 채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기다려, 지금 열 테니까.”
잭은 그렇게 말하고 손을 움직이며 무언가 중얼거렸다. 그 순간, 철책이 부서지고 나갈 길이 열렸다.
“괜찮아?”
잭은 나의 손을 잡고 일으켰다. 나는 괜찮다고 잭에게 말했다.
“서둘러 달아나자.”
잭은 나의 손을 잡아끌며 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계단을 올라 출구를 향한다.
“잭,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싸웠어.”
잭은 한 마디로 대답하곤 달리며 말을 이었다.
“너를 이곳에 데려온 게 잘못이었어. 이렇게까지 안 좋은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
“아냐. 그렇지 않아.”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윽고 긴 계단을 지나 출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대로 달리려고 했지만 눈앞의 섬광에 발을 멈추었다.
“그런……”
“걸렸군.”
나와 잭은 위험을 느꼈다. 입구에는 많은 수의 견족이 있었다. 더구나 전원이 검을 들고 있었다. 많은 개들 사이에서 죤과 마키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녀석…… 살아있었구나.”
“마키!”
나는 소리쳤다. 하지만 마키는 표정조차 바꾸지 않았다. 적어도 아까의 마키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모르셨던 겁니까? 인간은 우리에게 있어서 치유력을 제공함과 동시에 새로운 힘도 주지요. 유용합니다.”
죤은 차가운 웃음을 띠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머리끝까지 분노가 치미는 것을 느꼈다. 나는 소리쳤다.
“마키에서 무슨 짓을 한 거야!”
죤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나 인간을 믿고 기다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가볍게 조종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분노와 함께 두려움을 느꼈다. 이런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니 지금의 나와 당신이 싸우더라도 결과는 호각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방법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새로운 방법 말이죠……”
죤은 차갑게 말했다. 잭은 내 손을 잡고 달아나려했다. 하지만 곧 견족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도망치게 두지 않을 겁니다. 당신들은 쓸모가 있어 보이니까요……”
나는 이 상황의 막연함에 주저앉아버렸다.
“케이코를 어떻게 하려는 거냐?”
잭은 죤에게 물었다. 이 상황에서 달아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침착한 목소리였다.
“얌전하게 잡혀준다면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겁니다. 아까 말했듯이 저는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든요. 피를 보는 것도 싫습니다. 고양이의 세계를 넘기는 것. 그것이 조건입니다…… 요컨대 당신들 고양이족들은 견족이 되어주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변화를 일으킬 기술은 이미 마련해 두었기에 걱정 말아 주십시오. 왜 그럽니까? 잭……. 아니지 잭 왕자.”
나는 죤의 말을 듣던 중 깜짝 놀라 잭을 바라보았다. 잭은 나에게서 시선을 피한다.
“잭 저게 무슨 소리야?”
“……”
잭은 입을 열지 않았다.
“잭 왕자, 그 여자에겐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은 것 같군요. 어째서 숨긴 겁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흥미가 생기는군요.”
“잭! 제대로 설명해줘!”
내가 외치자 잭은 몸을 돌렸다.
“미안…… 나는 고양이 세계의 왕의 아들…… 아버지는 옛날에 돌아가셔서 정확히는 왕이지만…… 밝히고 싶지 않았어. ……그것뿐이야”
잭은 말을 마치자 죤이 가볍게 웃었다.
“당신의 아버지는 죽지 않았습니다. 예전부터 우리 견족에게 잡혀있는 그대로지요.”
“뭐라고!”
잭은 죤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순식간에 주변에 있던 견족들이 검을 들고 죤의 몸을 감쌌다.
“읏……”
죤이 긴장한 것이 느껴졌다. 나는 새삼 이 무서운 상황에 몸을 떨었다.
“이젠 싫어……”
나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무서워서 견딜 수 없었다.
“자아, 어찌하실 겁니까?”
죤은 확인하듯 잭에게 물었다.
“그래…… 좋아…… 그 대신 케이코와 마키는 인간계로 돌려보내줘야겠어.”
잭은 죤에게 부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울며 그 모습을 바라 볼 수밖에는 없었다.
“……그럼……”
죤은 그렇게 말하곤 거대한 바람을 일으켰다. 또 다시 나는 의식을 잃었다.

순간 눈을 떴다. 아무래도 꿈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불 속에는 잭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잭! 어디로 간 거야?”
“멍!”
“어…….”
익숙지 않은 개짓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침대 아래를 보았다. 그곳에는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설마…… 이 방울……”
그 강아지에게는 푸른 방울이 달려있었다. 내가 예쁘다 싶어 잭에게 달아주었던 방울이었다. 그 때, 강아지의 소리가 변했다.
“케이코…… 너만은 구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나는 이걸로 잘 됐다고 생각해…… 무서운 경험을 하게해서 미안해.”
“잭! 잭이야?!”
그 강아지는 잭의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나는 강아지를 마구 흔들었다.
“너에게 마지막 추억으로서…… 그 강아지를 남길게…… 아마도 나도…… 그런 모습의 개가 되지 않을까? ……목숨과는 바꿀 수 없으니…… 이렇게 하는 수밖에는 없었어.”
“마, 말도 안 돼! ……나 지금이라도 돌아갈 테니까!”
그 순간 잭의 목소리가 불투명해졌다.
“……이런 물건을 어느 틈에 가지고 있었던겁니까…… 답답한 짓을 하는 군요.”
강아지의 목소리가 죤의 목소리로 변했다. 나는 순간 입을 막았다.
“이런…… 거기 당신 케이코님이었군요. 당신은 다시 한 번 와줘야겠습니다.”
죤은 변함없이 냉정한 어조로 말했다. 나는 다시 무서움이 밀려왔다.
“시… 싫어……”
나는 방에서 나가려고 했지만 이미 늦은 모양이었다.
“그, 그런……”
방문을 열자 눈앞에는 죤이 있었다. 죤의 발아래에는 쓰러져있는 잭이 있었다. 장소도 어느 새인가 그들이 사는 곳으로 변해있었다…….
“조금 실수가 있었군요. 잘못해서 인간계로 보내버린 모양입니다. 저는 당신을 돌려보낼 생각은 없습니다. 당신도 견족이 되 주어야 하니까요.”
죤은 말을 마치고 나에게 무언가를 뿌렸다. 나는 얼떨결에 기침을 했다.
“뭐…… 뭐 하는 거야! 이게 뭐야.”
“괜찮습니다. 단순한 최면 가스이니까. 죽을 일은 없습니다.”
죤은 표정을 바꾸지 않고 말했다.
“최면이라니…… 그런…… 잠이……”
나는 잠기운을 이기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쓰러지듯 잠이 들고 말았다.

그로부터 어떻게 된 걸까…… 작은 소리에 눈을 떴다. 자신의 몸을 보았다.
“……”
기겁했다. 나의 몸은 마치 개처럼 되어있었다. 꿈이 아닐까 싶어, 볼을 꼬집는다.
“아파……”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꿈이 아니었다. 전신이 개처럼 털로 덥히고 얼굴을 만지니 개에게 있을 법한 귀가 느껴졌고, 꼬리마저 있었다.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안에 갇혀있는 것을 깨닫는다. 이 방도 거의 아무 것도 없는 방이었다. 다만 방안에는 두 마리의 개가 있었다.
“……”
두 마리의 개는 잠이 든 모양으로 규칙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다. 나는 자고 있는 한 마리의 개의 귀에 손을 대었다.
“으…… 누구냐 만지는 녀석이……”
이 목소리…… 익숙한 목소리였다. 아니 방금 전까지만 해도 듣고 있었던 목소리였다.
“잭!”
나는 소리쳤다. 그 개는 놀란 듯 벌떡 일어났다.
“앗! 뭐, 뭐야…… 설마…… 케이코야?”
“역시 잭이었구나.”
잭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기뻤다.
“잘 됐다…… 무사해서……”
나는 기쁨을 참지 못한 채 잭을 끌어안았다. 잭은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본다.
“케이코…… 네 몸이……”
“……아무래도 늦은 모양이야……”
나는 조금 울적했지만, 그래도 잭과 다시 한 번 만난 것이 기뻤다.
“나도…… 그 후에 재워져서 이 모습으로…… 하지만 케이코는……”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 자업자득일지도 몰라…… 이렇게 된 것도 내 잘못인 것도 있고……”
나는 조금 억지로 웃으며 잭을 바라보았다. 잭도 그 웃음의 어색함을 알아본 것 같았다.
“무리하지마…… 괴로우면 울어도 좋아.”
잭은 다정한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는 잭의 말에 눈물 참지 못하고 쏟았다. 잭은 다정하게 내가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으웅…… 시끄러워……”
다른 한 마리의 개가 눈을 떴다. 나는 눈물을 멈추고 그 개를 보았다.
“……마키……?”
나는 믿을 수 없었다. 그 개의 목소리는 마키의 목소리였다.
“……케이코야? ……이건……”
마키는 나를 바라보고는 자신의 몸으로 시선을 돌렸다. 마키도 자신이 개가 된 것에 깨닫고는 나를 향해 눈물을 터트렸다.
“케이코…… 왜 이렇게 된 걸까……”
마키는 울면서 나에게 매달렸다.
“마키……”
나는 마키를 토닥이며 앞으로의 일을 생각해보았다.
“영토를 늘리고 싶을 뿐이라면 인간까지 개로 바꿀 필요는 없었을 텐데……”
잭이 말했다. 나도 그런 생각을 하던 참이었다. 개가 고양이의 세계를 침략하려고 했다면 인간까지 끌어들일 필요는 없을 터였다. 왜냐하면 이 세계와 인간이 사는 세계는 완전히 무관계한 공간에 있기 때문이다.
“별 탈 없이 성공한 모양입니다.”
방 입구에서 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죤은 방 안으로 들어와 바로 곁까지 다가왔다.
“나는 그렇다 해도 왜 사람들을 이런 모습으로 만든 거냐.”
잭은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죤에게 물었다.
“간단한 이치입니다. 그녀들은 이 세계에 대하여 알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당신이라도 곤란했을 텐데요?”
오히려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은 죤이 잭에게 말했다.
“……그런 건가……”
잭이 중얼거렸다.
“알아들은 모양이군요.”
“그래……”
그리고 잭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무엇이 되었든 이야기해보려고 했지만 잭의 표정을 보자 아무 말도 건넬 수 없었다.
“여기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그런 모습으로 바꿔드린 겁니다. 돌아가고 싶다면…… 싸우지 않고는 어쩔 수 없겠지만…… 당신도 그것은 피하고 싶겠죠.”
나는 잭의 대답을 기다렸다. 잭의 대답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여기에 있겠어.”
잭은 중얼거렸다. 나는 잭의 대답에 망연해졌다.
“어……어째서야…….”
“……케이코……목숨보다 중요한 것은 없어…… 이곳에서의 삶에도 금세 익숙해질 수 있을 거야. 나도 처음으로 인간들의 세계에 갔을 때에는 이런 느낌이었으니까……”
잭이 한 말. 분명 그럴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도 생각하고야 말았다. 인간 세계로 돌아간다 해도 다시 괴롭힘 당할 뿐……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 잭과 마키와 함께 있는 편이 좋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키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마키는 나의 시선을 느끼곤 고개를 돌려 날 바라보았다. 나를 보는 마키의 표정은 그래도 안정되 보였다. 나는 마키와 잭을 잃고 싶지 않았다. 어떤 형태라고 할지라도 둘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나는 마음을 굳혔다.
“여기에 있을게.”
마키는 그 말에도 놀라지 않았다. 나를 바라보고 미소 지을 뿐이었다. 마키도 이 일에 동의한 듯 했다. 잭도 다시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모두가 바람이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일지라도, 함께 있을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행복할 수 있다는 것. 나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가, 알았어. 나는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어. 이제부터 잘 부탁한다.”
평소와 다른 죤의 말투.
편안하다면 편안한 말투였지만 어쩐지 어색한 말투로 이야기한 죤은 작게 웃었다.
“익숙하지가 않군요…… 방금 같은 말투는…….”
죤은 부끄러운 듯 말했다. 죤도 사실은 나쁜 녀석은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저 분명하게 공사를 가렸을 뿐. 나와 다를 바 없이 고독감에 괴로워 했을 뿐. 고독하지 않은 그는 다르다. 그렇게 느꼈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지만,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 여름 가을이 지나 두 번째의 겨울이 찾아왔다. 잭이 말했던 대로 이곳에서의 생활도 완전히 익숙해질 수 있었다. 먹을 것도 있었고 친구도 있다. 처음에는 먹을 것들이 사람과는 달랐기에 놀랐었지만 차차 익숙해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친구의 존재는 컸다. 잭과 마키 그리고 죤……. 그리고 이곳에서 생긴 친구도 있다. 나에게 있어서 친구들은 마음의 버팀목이었다. 사람으로서 사는 편보다도 즐겁다.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처음, 버려진 고양이였던 잭을 주웠을 때부터, 오늘까지의 일들은 운명이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버려진 고양이 잭을 주워 집에서 기르고, 2주간도 되지 못하여 잭의 정체를 알게 되고. 그 때에는 놀랐지만 동시에 가슴은 두근거렸던 지도 모른다. 무언가가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을 느꼈던 걸지도 모른다고 이제야 떠올릴 수 있다. 잭의 고향에 오고 이윽고 죤과 만나 납치당하고 다시 마키를 만났다. 그 때의 나는 놀라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그것도 운명이었을지도 모른다. 잭과 죤이 싸우기 시작하고 나는 잡히고 곧 잭이 구하러 오고…… 또 잡힐 뻔하고…… 개가 되어서……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때 그렇게 허둥지둥 댔을까 싶다. 하지만 그런 일들이 있었던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한다. 겉모습이 아니다…… 마음의 문제. 무서워할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사람으로 살아야만 한다는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는데, 인간이라는 한정된 범위가 아니라면 안 된다고 생각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어떤 모습으로 있다하더라도 친구가 있는 것은 마음의 버팀목이 된다. 나는 그렇게 실감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몸을 일으킨다. 창밖으로 눈이 내리는 것이 보였다. 견족이 되어 전신의 털이 무척 따듯하게 느껴졌다.
“케이코님, 밖으로 나오세요.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입구 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다름없는 어조. 때때로 말투를 신경 쓰고 있는 듯 했지만 나로서는 전혀 괜찮았다. 오히려 그러한 모습이 그답게 느껴져 마음에 드는 점이기도 했다.
“지금 갈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죤과 함께 방을 나섰다. 밖으로 나오자 지면에는 눈이 쌓여있었고, 하늘에선 눈이 내리고 있어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잭이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케이코, 다 같이 눈싸움하자!”
“……어라? 마키는?”
나는 마키가 보이지 않는 것이 신경 쓰였다.
“마키는 저쪽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어. 어린애들과 함께.”
잭이 가리킨 쪽을 보자 마키가 몇 마리의 아이들과 함께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무척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키다워……”
나는 속삭였다.
“어떡할 거야? 케이코도 눈싸움할거지?”
잭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잭의 표정은 기뻐보였다.
“자 그럼. 하나 둘 셋 넷 다섯……. 한 명만 더 있으면…… 아, 있네.”
“응?”
잭은 나와 죤을 끌어당겼다.
“자, 잠깐만이요. 눈싸움은 잘 못한단 말입니다…….”
죤은 조금 저항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잭이 죤을 향해서 뭉친 눈을 가볍게 던졌다. 죤이 잭을 노려본다.
“저를 진심으로 만든 걸 후회하게 해드리죠. 케이코 씨와 슌 씨는 제 쪽으로 오시죠.”
나는 죤의 말대로 그의 편으로 쪽에 붙었다. 슌도 죤에게 가세했다. 슌은 이 중에서는 가장 날렵하다.
“……왠지 무섭지만……지지 않는다고.”
잭에게도 두 마리가 가세해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지지 않는다니까!”
“조금은 작전을 세우는 게 어떻습니까? 이렇게 말이죠.”
죤은 능숙하게 나와 숀에게 수신호를 내리며 상대방 지역으로 돌입해 두 마리를 쓰러뜨렸다.
“자, 남은 건 당신뿐이군요.”
죤은 잭을 향해 외치며 눈덩이를 던진다. 그 눈덩이는 훌륭하게 잭에게 명중했다. 나와 죤과 숀은 서로 기뻐했다. 잭은 분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 다시 한 번 승부야!”
“몇 번해도 똑같지 않겠습니까?”
“필요 없어! 가자!”
“바라는 바입니다!”
그렇게 즐거운 눈싸움은 계속되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 역시 친구와 함께 있을 수 있는 것. 그것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모습, 어떤 상황에서도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칠 생각도 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우리들의 시간도 함께 흐르고 있었다.


by Y.J-p | 2008/04/12 20:00 | 생크=사피라(シャンク=サフィラ)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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